-
부.울.경남팀 거제도 봄나들이하던 날!기행문·수필, 그리고 다른 글들.. 2008. 3. 17. 14:37
부.울.경남팀 거제도 봄나들이하던 날!
2008. 3.17.
2008년 3월 15일 토요일은 부.울.경남 팀 친구들이 아지랑이 맞으며 봄바람 코에 넣으러 낭만 가득한 거제도로 여행 떠나는 날!
하루 전부터 친구 만나러 가기에 맘이 바빠 온다.
다음날 3월 15일!
일단, 울산에서 6시에 만나기로 한 친구들 보러 포항에서 4시에 출발, 까만 어둠과 안개 자욱한 7번 국도를 달려 경주를 경유 아직은 이른 봄의 들판 가로질러 울산들머리에서 홍영래를 태워 오범씨 사무실에 들러 미리 준비해준 봉고차로 옮겨 타고 문수축구장에 도착해 순옥이, 광옥이, 상기 등 울산 친구들이 대충 모여 울산을 출발하여 양산쪽으로 임연옥을 태우고 부산입구에서 철규, 옥희, 은희를 태워, 시화가 기다리는 창원에 들러 시화까지 태우고 마산에서 14번 국도를 달려 이순신 장군이 57척의 왜선을 침몰시키고 승전고를 울린 임진왜란 대첩지중의 하나인 고성의 단항포 국민관광지를 지나 고성에서 진주. 통영간 고속도로로 진입, 재원이가 기다리기로 한 거제도 학동 몽돌해수욕장으로 친구들의 구수한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열심히 길을 열고 거제로 향한다.
거제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거제대교가 놓이면서 차로 직접 건너 마치 육지처럼 느껴지지만 역시 섬의 특징들이 뚜렷한 곳이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각종 양식장들이 연두빛으로 연하게 피어나는 오리목과 어울려 한폭의 수채화 같다.
봄의 입구, 거제로의 여행은 계절의 낭만을 쏠쏠하게 전해 준다. 인적 드문 학동 몽돌해변에서의 산책, 눈앞에 하염없이 펼쳐지는 섬들과 수평선, 한려수도를 오가는 배를 바라보며 음미하는 차 한 잔의 그윽함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지나칠 수 없다. 유람선을 타고 나서면 바다의 금강산 해금강과 이른 봄에도 초록빛을 자랑하는 외도가 거제 여행의 방점을 찍듯 수려한 풍광을 물길 굽이마다에 풀어놓는다.
미리 도착해 외도행 표를 준비하고 있는 재원이를 만나 선착장에서 외도행 유람선을 타고 출발한 유람선은 해금강을 향해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이른 봄 해풍의 차가움이 만만치 않을 텐데도 승객들은 실내의 편안한 좌석을 비워 두고 갑판으로 몰려 나간다. 파랗다 못해 멍이 든 듯 시퍼런 해수면 위로 유람선은 하얀 포말을 만들어내며 나아가고, 멀리서 아련하게 지워질 듯 다가오는 한려수도의 풍경을 눈에 담기에는 창문 하나도 거추장스러웠다.
배가 속도를 올리자 안내원이 마이크를 잡고 구수한 입담을 늘어놓는다. 유명한 나이트클럽 디제이의 뺨을 울릴 만큼 거침없는 이야기 솜씨가 일품이다. 이야기의 끄트머리 즈음에는 음담패설이 섞여들기 마련이지만 그리 듣기 싫지만은 않다. 학동선착장에서 해금강까지는 약 20분 정도, 안내원은 이야기 거리가 떨어졌는지 트로트 메들리로 흥을 돋우고 보조선장은 닐낚시을 해금강 쪽으로 휘익 돌려서 던진다. 한번 감아올리니 고기가 없네. 2번째 던지니 어린 아기만한 숭어한 마리가 걸려들어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해금강의 본래 이름은 갈도(葛島)다. 거제도의 남동쪽 끝자락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이 있는데 이곳 마을 이름이 갈곶리이고, 지형이 칡뿌리가 뻗어 내린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하지만 예로부터 바다의 금강산을 뜻하는 해금강으로 널리 불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치 거대한 산맥이 해수면 아래로 뻗어나갈 것처럼 해금강의 봉우리가 우뚝하기 때문이다.
해금강이 다가오자 배는 속도를 늦추고 안내원의 말소리는 빨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자바위다. 이 바위는 해금강의 북쪽 일부가 떨어져 나온 것으로 그 옆모습이 본 섬을 우러르고 있는 사자의 얼굴과도 같은 형상이다. 특히 유명한 것이 사자바위와 해금강 본 섬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일출이란다. 떠오르는 태양을 뒤로한 사자바위는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바다 속에서 거뭇하게 솟아올라와 있고, 머리 부분에 난 나무와 풀들은 꼭 사자의 갈기인 것처럼만 보여 금방이라도 포효할 것 같다.
해금강 본 섬은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의 거대한 바위덩어리로 보이지만 크게 4개의 섬으로 나뉘어져 있단다. 이리하여 보기만 해도 아찔한 십자동굴을 만들어낸다.
다시 유람선은 해금강을 시계 방향으로 돌기 시작한다. 말을 타고 장가가는 모습의 신랑바위, 뾰족하게 솟아오른 촛대바위, 다소곳한 색시바위, 여성의 엉덩이를 연상시킨다 해서 붙여졌다는 처갓집동굴 등 안내원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무심하게 떠 있던 바위들은 제 나름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여행객들에게 말을 걸어온다.
유람선은 해금강을 뒤로하고 외도 보타니아(해상관광농원)를 바라보며 다시 속도를 올린다. 해금강에서 약 15분쯤 달려왔을까, 유난스레 푸른빛을 띤 섬 하나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섬 전체의 수목 가운데 90%가 상록수로 조성돼 있는 만큼 외도는 사시사철 초록빛을 잃지 않는다. 꽃 또한 끊임이 없다. 4만5,000평에 이르는 부지를 뒤덮고 있는 동백나무가 한 겨울에도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외도를 둘러 보다 보면 흔하게 마주치는 것이 동백꽃이다. 동백은 제 임무를 마치고 나면 다른 꽃들처럼 꽃잎이 지는 것이 아니라 붉디붉은 꽃 전체가 뚝 떨어져 내려 왠지 싸아하고 섬뜩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배에서 내려 정문을 지나면서부터 외도에서의 산책은 시작된다. 잘 가꾸어진 나무들과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조금씩 섬의 정상 부분으로 올라가도록 코스가 구성돼 있다. 새하얀 회벽으로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건물들과 넘실거리는 바다 저편으로 띄엄띄엄 모습을 드러내는 남해의 섬들, 그리고 공원을 은은하게 감도는 음악은 우리들의 일상을 우리가 떠나온 거리보다 더 먼 곳으로 실어간다.
약 10분 정도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외도의 상징이랄 수 있는 비너스가든을 만나게 된다. 버킹검궁의 후정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곳에는 평평한 대지 위에 새하얀 비너스 상들이 곳곳에 서 있고, 정원수처럼 가지런하게 다듬어진 수목들이 연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비너스가든 뒤에 자리한 리스하우스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장소로 비너스가든과 함께 포토존으로 제격이란다. 문득 지독히 부럽던<겨울연가>의 사랑이야기가 떠오른다.
리스하우스를 뒤로하고 대나무숲을 지나면 시원스레 전망이 펼쳐진다. 이곳 제1전망대에서는 수천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 동백림이 그대로 남아 있는 외도 동섬을 바라볼 수 있고, 날씨만 허락한다면 대마도까지 내다보인다. 전망대 뒤로는 파라다이스라운지가 자리하고 있어 향기로운 차 한잔을 즐기며 남해의 아련한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내려오는 길에는 찻집과 쇼핑몰을 겸하고 있는 오티스룸이 자리하고 있다. 선착장과 함께 해금강 등이 바라다보여 파라다이스라운지와는 또 다른 전망을 펼쳐놓으며, 외도에서 직접 재배한 허브를 이용해 수공으로 소량 제작한 바디클렌저와 비누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얼쭈 외도를 둘러보고 오후 1시 20분경 우리팀은 학동에서 외도까지 태워준 유람선을 다시 타고 삼삼오오 손에 손을 잡고 흑진주처럼 매끈하고 검고 둥글고 빛나는 몽돌이 1.2km가량 깔린 학동 몽돌해변으로 다시 돌아왔다. 규모가 길이 1.2km, 폭 50m에 달하고, 흑빛으로 반짝이는 몽돌이 여느 해수욕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씻긴 몽돌들은 어른의 주먹만한 것에서부터 엄지손가락 마디만한 것까지 크기도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밀려들어온 파도는 동그란 몽돌들의 틈 사이사이를 파고들며 포말을 일으키고, 다시 물러날 때는 작은 돌돌을 쓸고 내려가면서 몽돌해변 특유의 싱그러운 파도소리를 선사한다. 예쁘고 반질반질한 몽돌을 감상하면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맛있는 점심을 몽돌위에서 먹기로 했다.
울산 순옥이랑 광옥이, 그리고 양산 연옥이가 준비해온 김밥과 떡, 족발, 찐 고구마, 식혜, 양주와 복분자술 등 푸짐한 음식을 먹으며 파도가 밀려 왔다 하얗게 부서지는 저쯤에는 갈매기가 날고 풋풋한 해초 내음과 소금냄새가 섞여서 풍기는 독특한 냄새를 맡으며 맨발로 몽돌을 밟으면 지압에도 좋다는 몽돌위에서 엉덩이를 지압하며 부.울.경남팀 친구들은 타이머신타고 중학교 시절로 다시금 돌아가 옥아! 숙아! 자야!를 부르며 금강산도 식후경에 빠져 있을 즈음 조태현 회장님과 서울 김경태가 문자 메시지로 우리팀을 부러워 하다면서 잘 놀다 오란다. 배부리 먹고 정기회의도 마치고 다시금 일어나 다음 행선지로 이동 하잔다.
다시금 남부면에 소재한 제주의 섭지코지를 떠오르게 하는 “바람의 언덕”을 가기로 하고 몽돌해변을 뒤로 한다. 잔잔한 파도가 점점이 떠있는 바위를 부딪쳐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바위와 술래잡이 하며 노닐고 굽이굽이 해안선은 아름답다는 찬사로는 너무나 부족할 것 같다.
해안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는 꺾어지는 길목마다에 아슴푸레한 섬들을 점점이 뿌려놓고, 돌아들어가는 굽이마다에 울창한 동백숲을 펼쳐 놓는다. 거제 사람들이 꼽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는 섬의 남쪽에 위치한 망산(397m) 둘레를 도는 비포장도로다. 섬의 남쪽 끝 홍포에서 바라보는 대소병대도 등의 섬들과 일몰이 환상적이어서 일명 ‘홍포의 비경’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또 학동 몽돌해수욕장에서부터 지세포에 이르는 14번 국도도 언젠가 한 아프리카 왕이 방문해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해서 ‘황제의 길’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앞좌석에서 이몸이 가이드를 잘못해 바람의 언덕을 지나쳐버려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쪽으로 길을 잡는다.
거제시 고현리에 자리한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한국전쟁 당시 비참했던 포로수용소의 전말을 당시의 자료를 바탕으로 재현한 곳이다. 실물 크기에 가까운 인형들로 수용소의 생활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디오라마관에서는 포로들의 절절한 눈빛까지 그대로 표현한 듯해 섬뜩한 느낌마저 들며, 당시 각국의 통치자와 사령관들을 만나 볼 수 있는 탱크전시관을 비롯해 포로설득관, 포로생포관 등 역사교육의 마당들이 펼쳐진다. 1951년 6월말까지 인민군 포로 15만, 중공군 포로 2만명등 최대 17만3천명의 포로를 수용하였으며 그 중에는 300여명이 여자포로라고 한다. 전쟁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조성된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을 뒤로하고 창원 시화가 컴에서 검색해왔다는 맛집을 향해 출발한다.
장승포에 있는 해물뚝배기 집에서 신선한 해산물로 맛나게 끓인 해물뚝배기를 배 뽕양하게 먹고 합천 재원씨랑 5월 10일 양산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안녕을 고하고 재원씨는 합천으로 우리는 다시 왔던 길을 가야 했다.
신명을 덜 푼 영래는 고성 공룡휴게소에서 뽕짝메들리를 사서 그때부터 노래판은 벌어지고...하루종일 운전해서 고생한 오범씨는 시끄럽지 않았으려나...
그럭저럭 부.울.경남팀 봄나들이를 마치고 늦어서야 돌아왔지만 즐겁웠고 끈끈한 우정을 다시금 느낀 하루였다.
친구들아! 건강하고 또 각자 열심히 살다가 5월 10일 양산 천성산 산행 때 보자꾸나.
2008. 3.17. 부.울.경님팀 거제도 기행문이었다.
부.울.경남팀 친구들이 거제도가던 날!.hwp2.98MB'기행문·수필, 그리고 다른 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엽이라는 이름으로 (0) 2011.11.11 비오는 날 3종세트 雨요일 이상하게 당기네 (0) 2011.07.09 그곳에 자장암이 있다 (0) 2010.05.03 일상을 잊고 대자연의 품에 안겨(월출산 산행기) (0) 2009.10.15 부.울.경남팀 친구들을 만나는 날!(2007.7.21) (0) 2007.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