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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바다는 가슴에 자꾸 파도를 밀고 온다.
    나의 이야기 2011. 11. 14. 15:29

     

    지난 여름날의 상념들을 파도에 던져본다. 바다는 말이 없다. 허허로이 방파제 끝에서니 한점 바람이 볼에 스친다. 어린시절 얼굴을 살포시 쓰다듬어 주시던 어머니의 손길이다. 앞만 보고 달렸던 시간들이 파도가 되어 밀려간다.

     

    가을 바다는 가슴에 자꾸 파도를 밀고 온다

     

     

    귀뚜라미 울기 시작하면  바다는 가을 색깔로 변하기

    작한다. 수면 가까이 날아와 노니는 갈매기와 철썩

    이는 파도소리만 여름날 떠들썩했던 풍경을 대신할 뿐

    이다.

    늘처럼 부서져 내리는 가을빛에 투명한 물속은 푸르

    디 푸르러 오도 가도 못한 추억들이 시리다.

    억세들이 바람에 뒤척이는 이 가을, 철 지난 바닷가를

    거닐어 본다.

    삶의 육중한  옷을 던져버리고 진정한 나와 마주하기

    해 여기 바다에 서 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바다와 구름, 그리고

    아무렇게나 핀 하찮은 꽃과 풀들이지만, 소박한 것이 얼

    마나 편안하고 자유로운지 가르쳐 준다.... 

     

                                                              

               긴 해안선끝으로 불빛이 아령해지는 새벽이면 어부들의 고단한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삶이란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모두가 아름다운 불빛같은 낭만이다. 

               

    늘처럼 부서져 내리는 가을빛에 투명한 물속은 푸르 르러  억세가 바람에 뒤척이는  철 지난 바닷가를 홀로거닐어 본다.

    저 넓은 푸른바다와 흰 강매기, 아득한 수평선, 밤바다의 등댓불과 바다위에 둥둥 떠 있는 오징어 배의 불빛들, 이 모두가 일상을 벗해주는  또 다른 이웃이 되어 준다. 망연히 바라보는 그것들에서 친근과 위안을 얻는다. 이젠 담백한 서정, 짭쪼롭한 바다내음, 지나간 것들에 대한 연민을 사랑하고 보듬고 살아가고 싶다. 이 땅의 냄새를 맡고 두 눈 가득 가슴 시린 풍경을 내 안으로 담아내려 한다. 항상 그리운 건 바다뿐만이 아니다.

     젊은 날 내 일터가 있던 이곳은 바다가 있는 도시였다. 조금만 달려나가면 마주치던 바다!!!!...

    성난 파도, 잔잔한 바다, 그리움의 바다를 내 가슴에 찍었다. 바다는 내게 모든 것을 다 줄것만 같았다. 해녀 할매들 물질하며 내는 휘이~휘 소리도 듣고, 밤 바다에 떠 있는 오징어 배의 대낮같은 불빛도 보고, 하루 종일 바닷가를 서성이며 시간을 보기도 했다. 오징어가 몰려오면 해안가 방파제는 오징어 빨래가 바람에 날리고, 꽁치가 오면 배 가른 꽁치가 동해의 찬바람을 맞으며 밤낮으로 덕장에서묵은 살을 덜어내고 과메기로 몸을 바꿨다. 태풍이오는 바닷가에선 배가 묶여 삐걱거리는 소리에서 슬픈 연가를  들었다.

     

    바닷가 빨래줄에 매달린 오징어는 파란 파도소리를 목매어 듣고 있다. 지난 시간들의 그리움일 것이다.

     

    바다는 그렇게 가슴속 사진으로 각인됐다. 25년간 눅눅한 바닷가의 추억들은 내 가슴속 추억속에 덕지덕지 눌어붙어 버렸다. 덕장마다, 포구마다 사람들은 바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젖지도 마르지도 않은 꾸덕꾸덕한 삶을 열심히 꿰고 있었다.

     가을 하늘은  구름 한 점 마저도 아끼듯이 안주삼아 살뜰히 찢어 놓는다. 햇살 좋은아침 푸르디푸른 바닷길을 따라 길을 나섰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은 늘 설레게 마련이다. 낯선이든 그리운 사람이든 사소한 기억들이 가슴을 파고든다. 포스코를 지나 구룡포 쪽 바닷길로 접어 들었다. 동해바다가 시야를 압도한다.

     누군가 떠나고 돌아와도 바다는 덥석 가슴에 자꾸 파도를 밀고 온다. 가을풍경에 가까이 당겨 앉은 이에겐 너그러움이 피어나게 마련이다. 바닷가에서 차가운 공기를 후~ 들이마시니 가을하늘이 더욱 높아 보인다.

     바람은  종일 바다에서 놀고, 따라가지 못한 조가비는 여름껍데기를 쓸고 모래 속에 묻혀 있다. 머물다 떠난 자리는 언제나 비린 향기가 난다. 바닷가로 나가는 고깃배들과,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송림에서 불어오는 바람 뒤로 잘잘하게 핀 보라

                                                                               빛 해국이 바다를 유혹한다. 다시 바람이 파도를  불러 온다. 숲

      은 바람을 보내고 갯바위는 다시 파도를 보낸다.   

       바다가 보이는 마을의 감나무들에선 코발트빛 하늘을  담아 감

      이 익어 가고 있다. 바람이 바다로  내달리는 언덕에는 쑷부쟁 

      이꽃이 한창이다. 색깔들이 참 밝고 청아하다.  그 동안 먼데만

      바라보고 욕심내느라 미쳐 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 소중한 것들의 아름다움과 지금 함께 할 수있음에 감사한다.

      스쳐지나가는 풍경이 이렇게 선명한 얼굴로 다가오니 참 신기

     하기만 하다. 바다엔 바람이 불고 갈매기는 날며 놀고 있다.    

       하늘과 바다가 온통 바다이고 하늘이다. 찍어도 사진이고 안

     찍어도 사진이다.  이 세상은 훈훈한 풍경이다.

     

        어부들이 바닷가를 서성인다. 지나온 새파만큼 무딘 얼굴들이

      지만 포구의 저녁상은 풍성하다. 배 한 척 포구로 들어오면 뜰

      채로 아귀, 도다리, 광어가 데려온 바다의 싱그러운 냄새를 떠

      올린다.

        종일 놀던 바람은 바다로 돌아가고 포구엔 가을햇살이 금빛물

      결을 가득 뿌린다. 어부들이 주거니 받거니 나눈 빈 병도 줄을

      맞춰 선다.

       화덕 위에선 피데기가 익어가고 있다.  멀리서 은은하게 풍겨 

      오는 피데기냄새에서 가을 바닷내가 난다.

        이렇게 가을은 익어서 점점 초겨울로 향하는데 난 아직도 이

      가을을 온전히 보낼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다.

      어느 계절이 더 좋고 덜 함이 있으리요만 짧아서 더욱 찬란하   

      고  고상해 보이는 계절, 이 가을을 더 많이 느끼고 더 아껴 천

      천히 보내고 싶다......

      가을아!  가슴 터지도록 부등켜 안고 나의 53년의 가을을 이별

      할 때가 왔나보다...

      찬란했던 나의 이번 가을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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