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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대게와 탱고를기행문·수필, 그리고 다른 글들.. 2012. 1. 20. 14:07
구룡포 대게와 탱고를
2012. 1. 20.
1. 포구로 가는 우회도로
설인데도 올해는 별로 춥지않은 설이다. 1월의 겨울바람은 쌀쌀하고 매서운 녀석인데 지금은 봄바람에 문자 한통 날려보낸 날씨마냥 상큼한 봄을 연상한다. 지난 12월 엄격히 말해 2011년 12월 23일 개통한 사통팔달 국도대체 우회도로를 타고 구룡포로 향해 본다. 우리 인생의 봄도 시원히 뚫린 우회도로를 탄다면 얼마나 좋을까. 설을 앞세운 입춘은 어디서 올까. 봄이오는 길목은 저토록 멀고 구룡포대게 먹으러 가는 길은 이토록 가깝다. 포항 IC부터 구룡포까지는 4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다.
2. 포구의 거리
구룡포과메기문화거리 아리랑 광장 건너편에는 독도회데게, 영일만회데게, 은파회데게, 모포회데게, 돌고래회대게, 파도회데게 네온사인 간판이 손님을 불러 모은다. 간판 아래 현수막은 사랑을 독차지 하는 막내 같다. 은파대게식당의 '가장 싼 집 안 드시면 후회할걸?' 문구는 꼬집고 싶을 만큼 깜찍하다. 돌고래회대게식당의 '심봉사가 맛에 놀라 눈뜬 집, 20년 전통 수협 중매인 288에서 모십니다.'문구는 웃음을 자아낸다. 모포회대게식당의 '원조 구룡포 박달대게 드시러 오이소' 문구는 곰살궂은 사투리다. 여기 저기 차량행렬에 오르는 사람들은 구룡포대게를 먹으러 온 외지사람들이다. 저쪽 구룡포수협 위판장 건물, 그 옆의 구룡포대게유통센터는선주들이 모여서 운영하는 대게식당이라 다른 식당보다는 가격이 착하고 빨리 유통되는 편이라 더 신선하다. 구룡포 수협 전광판에는 '대게 57%, 오징어 20%, 전국 최대 생산량' 문구가 흘러간다.
3. 포구의 아침
9시 30분이 지나자 수성호와 금성호가 부두 위로 대게 상자들을 끝없이 퍼내고 있다. 위판장 바닥은 대게 수를 헤아리기 좋게 펴는 곳. 뱃사람들이 장화를 싣고 설레발치는 아침 10시경. 누군가 위판장 입구 천정에 매달린 놋쇠 종을 흔들자 201,26,234,55,203,61,107,258의 모자가 위판장 한 쪽에 ㄱ자로 모여 선다. 경매를 시작하려는 모양이다. 판매2과 직원이 '이어야' 하는 소리를 길게 내지른다. 좌중을 압도하는 '이어야' 하는 소리는 먼 바다 고래들끼리 주고받는 노랫가락 같아서 무척이나 낯설다. '이어야' 소리속에 모여든 모자들은 점퍼 속에 감춘 손가락을 재빨리 펴고 오므린다. 판매2과 직원이 눈 감짝 할 사이에 숫자를 불러댄다. 한 쪽에서는 뱃사람들이 데게 5백여 마리를 순식간에 정돈한다. 이런 식으로 한 경매가 끝나면 판매2과 직원과 중매인들은 대게를 가지런히 정돈한 다른 쪽 경매 장소로 이동 한다.
4. 포구의 오후
오전 10시부터 전을 편 대게 경매는 정오가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 집게발에 물려 탱고를 출까. 구룡포대게는 위판장 바닥에서 지폐를 물겟다는 태세다. 위판장 입구에선 데게 전용 수족관 차량들이 대기 한 지 오래다. 11번 영덕대게총판도 그중 하나다. 박달은 마이 비싸고, 요거는 헐코. 경매를 마친 아지매는 차량 옆 손님에게 대게 가격을 뭉뚱그려 설명하기 바쁘다. 위판장 근처에서는 구룡포수협 중매인들이 손님들을 맞는다. 손님들은 중매인에게 셈을 치른 뒤 생것 또는 익힌 것을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간다. 버스로 부치는 택배는 하루면 충분하고 택배회사로 부치는 택배는 다음날에 도착한단다. 대게를 손가락으로 눌러 보면 알이 찼는지 안 찼는지 알 수 있다. 뜨내기 장사꾼도 아닌데 실하지 않는 대게를 택배로 부칠 수 없다는게 구룡포수협 지정중매인의 설명이다.
5. 포구를 빠져나가며
구룡포일본인가옥거리를 휘돌아 나온 하늬바람이 버스종점에서 200번을 횡급히 탄다.
돌아가는 길에 구룡포과메기를 사갈까? 구룡포오징어를 사갈까? 버스 종점 옆은 항만청 부지다. 가까이에서는 구룡포과메기문화거리 꽁치 조형물이 보인다. 과메기 판매장 24동은 2월 중순까지 항만청 부지에서 어깨를 맞대고 손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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