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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그 쓸쓸함..........
    기행문·수필, 그리고 다른 글들.. 2015. 11. 21. 21:56

    가을 그 쓸쓸함..........

    2015.   11.    21.

     

     

     

     

     

     

    가을 그 쓸쓸함..........

     

    한해의 시작이 바로 어제런듯 싶은데 어느덧 가을이 가고 있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흔들린다. 

    마음이 흔들린다고 하면 이상스러운 듯이,  혹은 안됐다는 듯이 바라보는 사람이 나는 부럽다.   얼마나 단단한 의지와 냉철한 이상을 가졌으면 계절의 변화에도 의연할 수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그런 의연함을 부러워 하면서도 심약한 나는 묵은 계절을 보내고 새 계절을 맞이 할 적마다 바람속의 잎새처럼 마음이 떨린다.

    무성하고 푸르던 여름 초목들이 하루 아침에 수심겨운 기색을 띄우고 성글어 갈때 나는 삶의 무상함을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익어가는 산과 들에 금빛 화살을 쏘고 있는 가을 햇볕의 맑디 맑음 속에서도 영혼 속의 영혼까지도 환히 드러나는 듯한 자기 투시를 하게 된다.

    눈 앞에 닦치는 일에 마구 쫒기면서 도시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무슨 목적으로 왜 사는지에 대한 물음 같은 것은 그냥 접어두고 사는 것이 평소의 나의 삶이었다. 

    그냥 타성적으로 아침이면 눈 뜨고 저녁이면 잠자고 비슷한 일을 별다른 의식없이 되풀이 하는것이 나날의 나의 삶이었다.  그러면서 그런 삶이 가장 성실한 것인양 착각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늦가을 날이면 문득 걸음을 멈추고 자기 모습을 내려다 보게 된다.  그리고 거기 참으로 낯설은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깜깍 놀라게 된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지만 그러나 자기도 스스로 객관화하여 파악하고 성찰하지 않으면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변할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자신이 돌보지 않으면 황폐해지고 거칠어 짐을 알겠다.

    어떨게 살면 좀더 보람있게 살까?   어떻게 사는것이  행복한 삶일까?  이런 의문이 없는 초목조차도 가을이면 지난 계절동안 살아온 무게 만큼의 열매와 씨앗을 맺는다.   하물며 자기 성취에의 지향과 보다 나은 삶에의 동경을 언제나 지니고 사는 높은 정신의 소유자인 사람에게 있으서랴.

    가을이면 아무리 가난한 이라도 거둘것이 있다고 한다.  무엇인가 달상되지 못한 꿈으로 하여 쓸쓸함과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외로움을 느끼는 자체가 이미 하나의 수확일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은 철이 드는 일이요 어쩌면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을을 맞이하면서 때로는 끝없는 기쁨을 느낄적도 있지만 때로는 깊은 회환에 젖을 때도 많다. 이런 일은 왜 하였던가,  저런일은 왜 하지 않앗던가 하는 후회가 가슴을 메운다.

    왜 좀더 열심히 살지 못했던가,  왜 좀더 부지런하지 못해였던가, 왜 좀더 부드럽지 못하였던가,  왜 그토록 비굴 하였던가,  왜 좀더 정직하지 못하였던가.....   하는 자책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온다.

    스스로를 나무람하는 소리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올해 가장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어째서 내가 그토록 인색하였던가 하는것이다.

    거리에서 구걸하는 걸인에게 동전 몇푼을 던져주는 것으로 나는 마치 큰 자선이라도 베푸는 양 뻐기었다.  버스에서 물건을 파는 고학생을 가짜일지 모른다고 의심하였다.  다른 사람들의 좋은점이나 잘하는 일을 칭찬하기 보다는 나쁜 점이나 잘못하는 일을 비난하기를 더 많이 하였다.

    풋나물 몇 가지를 놓고 파는 행상에게도 에누리를 하자고 졸랐다.  어쩌면 적게 일하고 많은 배당을 받을까 하는 고약한 마음도 있었다.  누가 나를 찬양하면 기뻐하고 올바르게 비판하면 듣기 싫어 하였다.

    어찌 다만 이 뿐이겠는가.  나는 내가 사랑한다고 감히 말한 사람들에 대해서조차 자기가 베풀기 보다는 많이 받기를 원하였었다.  겨우 하나를 베풀고는 둘을 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하엿다.  그들의 관심이 나에게 보다 다른 이들에게 돌려질까봐 안달을 하였다.  내가 주는 사랑보다 나에게 주어지는 사랑이 행여라도 더 적ㄱ지 않은가 따지고 계산하였다. 그래서 성내고 질투하였다.

    생각하면 이것은 참으로 얄굿고도 모순되는 마음인 것이다.  정녕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하여서라면 아낌없이 베푸는 것으로 더 할 수 없이 기뻐야 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상대편이 그것을 알아주든 모르든간에 상관없이 상대편이 이쪽에 대하여 어떤 배려를 하든지 않던지에 상관없이 자기 전부를 경주하는 것으로 행복하여야만 가히 그것을 사랑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결코 그렇지 못하였다.  감정의 절제라는 미명아래 실은 인색하게도 주고 받음을 따지고 잇었던 것이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속담이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말이어서 오히려 진부하기 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속담은 아무리 진부하고 익숙하더라도 변함없이 옳은 뜻을 담고 있다.   정성을 쏟은 일은 그만큼의 성취가 있게 마련이며 소홀하면 소홀한 그 만큼 공허한 결말이 오는 것은 필연이기 때문이다.

    이 가을 내가 거두어 들이는 것이 빈약하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나의 게으름 탓이다.

    떨어져 흩어지는 잎새들처럼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내 곁을 떠난다면 내가 사랑을 주는 일에 인색하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공덕을 덜 쌓고도 높은 탑이 이루어 지기만을 바란 어리석음 탓이라 할 것이다.

    이 아픈 통한만이 가을에 거두어 들이는 나의 결실이라면 이것은 쓸쓸한 이야기라 아니 할수 없겠다.  그러나  어떤일의 마무리가 곧 새로운 일의 시작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이 아픈 후회가 빛나는 황금 씨앗이 되어 새로운 내일을 여는 첫 장이 된다면 슬픔은 기쁨으로 변신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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